좀 다짜고짜 시작해 볼까. 책을 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모르겠는, 혹은 서점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몇 권 집어들어 봤지만 딱히 내키는 게 없었던 당신을 위한 ‘테크 트리’를 준비했다. 
  우선 첫 시작은 로알드 달의 <맛>으로 해 볼까. 짧은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이라, 냉장고에 숨겨둔 초콜렛 박스처럼 고단한 일상 속에서 하나씩 꺼내 읽기 딱 좋다. 게다가 재미있다. 로알드 달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여 영 믿음이 안 간다면, <찰리와 초콜릿 공장>을 쓴 바로 그 작가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을지도. 서사가 어찌나 차지고 쫄깃한지 분명 앉은 자리에서 한 편만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. 
  <맛>을 후루룩 완독했다면 이번엔 장편으로 가자. 같은 작가의 <나의 삼촌 오스왈드>를 펼쳐 들면 된다. <맛>에 수록된 단편 중 「손님」에 등장하는 오스왈드의 일대기를 장편으로 풀어낸 이야기인데, 쓸데없는 스포일러나 추천사는 붙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. 어차피 첫 두세 장만 읽고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뒷부분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날 테니까. 
  자, 이제 당신은 단편집 한 권, 장편소설 한 권을 읽어낸 어엿한 문학 소비자다.
  이쯤 됐으면 어떤 책에든 내키는 대로 덤벼들어도 좋겠지만, 아직 두렵다면 아래 추천한 작품들 중에 아무거나 끌리는 것을 골라잡으면 좋다.
  단편집 중에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<올리브 키터리지>(그리고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<다시, 올리브>를 연달아 읽으면 더 좋다.), 주노 디아스 <이렇게 그녀를 잃었다>, 미란다 줄라이 <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>를 추천한다.
  장편소설 중에선 찰스 부코스키 <호밀빵 햄 샌드위치>, 위화 <허삼관 매혈기>, 에밀 아자르 <자기 앞의 생>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.
  여기까지 읽었으면 뭐, 이제 추천은 필요 없겠지. 이제는 책의 바다에 뛰어들어 혼자 헤엄쳐 다음 섬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. 
  (이쯤 됐으면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위 추천작들은 전부 외국 작품이다. 적어도 한국 문학에 대해서만큼은 스스로 취향을 정립해 나가는 재미를 고스란히 누려 주길 바라는, 어쩔 수 없는 한국 소설가의 작은 소망이랄까. 아무튼 모쪼록 즐거우시길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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